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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movie

헌트, 내가 감독이다.

by 머니무브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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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작, 내가 감독이다. 영화 헌트입니다.

조직 내 스파이의 목표는 무엇인가?

 1980년대 한국 정부의 안기부(전신 중앙정보부)에 속해있는 스파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영화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스파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픽션의 두 주인공이 조직 내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시나리오는 현실과 픽션의 적절한 재해석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대통령 경호를 준비하던 안기부 국외파와 국내파 수장인 이정재(박평호 역), 정우성(김정도 역)이 테러범을 발견한 CIA의 소식을 듣고 테러범을 쫓던 중 오히려 인질이 되어버린 박평호를 김정도가 구해주며 두 주인공의 대립구도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후 국외파가 도쿄에서 북한의 망명자를 송환하는 작전을 수행 중 동백림 사전을 모티브 한 동림이라는 조직이 안기부 안에 스파이로 있다는 첩보를 전달받고 이때부터 스파이 색출을 위한 행동을 국내파, 국외파에서 서로 견제가 시작됩니다. 안기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그가 왜 스파이가 되었는지, 이후 스파이로 발각되고도 직책을 유지한 상태로 대통령의 방콕 일정까지 책임지는 이유가 영화의 결말에서 나오게 됩니다. 방콕의 내용은 실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을 모티브 했는데 당시에도 전두환 대통령의 차량이 늦게 도착해서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기록이 있습니다. 마지막 김정도의 대사인 "살고 싶었나"의 해석이 다양한데 이는 서로의 목표가 같은 두 주인공이 마지막 서로의 가치관 차이로 결정을 달리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박평호가 남한 사람이 변절하여 내통한 스파이가 아니라 애초에 북에서 남파한 북한 출신의 간첩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고윤정(조유정 역)에게 연민을 느끼고 동질감이나 측은지심 등의 마음으로 돌봐주며 마지막까지 도와준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가 됩니다.

첫 작품으로는 좋은 작품, 스파이물은 아쉬운 작품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입봉한 첫 작품으로서 영화 헌트는 너무나도 잘 만든 작품임은 틀림없습니다. 해외 장면이 총 3곳이나 나오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두 국내 촬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 1980년대의 역사적 배경을 소품의 디테일까지 잘 살린 점, 숨은 카메오 중 두 배우의 지인들(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황정민, 정만식, 이성민 등 이 출연합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연예계에서 이정재, 정우성 두 배우의 우정은 너무나도 유명한데 둘이 첫 영화인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출연한 영화입니다. 정우성이 4번이나 출연을 고사했으나 이정재가 몇 번이나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정우성의 캐스팅에 성공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너무 많은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과 역사적 사건들의 재구성하면서 빠른 전개는 당시 상황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겐 전달력이 떨어졌습니다. 같이 보는 동안 친구 역시 저게 무슨 말인지 몇번 이나 설명을 요구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스파이물, 특히 누아르 장르의 동양 영화사에 가장 최고 생각되는 영화는 홍콩 영화인 무간도(2003)입니다. 무간도 이후에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2006)와 한국 영화계의 액션 느와루 대표작인 신세계(2013) 역시 무간도의 색깔이 너무 들어간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헌트 역시 이정재의 이런 액션 느와루 작품 출현이 빈번해서 그런지 색갈이 너무 비슷했습니다. 무간도에서는 많은 양의 액션 신보다 각 배우의 스파이로서 고뇌, 감정선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컸지만 헌트는 각 사건마다 총격 신과 액션, 카메라 무빙 등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너무 빠른 전개에 스토리 몰입이 부족했습니다. 첫 작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여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앞으로의 이정재는 어떤 감독이 될까

 처음부터 이정재가 영화감독을 꿈꾸고 배우 생활을 한건 아닐 것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에서 같이 출현한 홍콩의 유명 배우인 임달화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임달화는 배우이면서도 연출, 각본, 제작까지 하고 있는 홍콩 영화계의 대부입니다. 이때 임달화는 자신의 정체성이 영화 그 자체인데 그 일들을 하는 것이 어색할게 없다고 답을 했고 이를 들은 이정재는 배우로서의 모습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눈이 뜨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정재가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될지 궁금하고 또 기대됩니다. 아쉬운 점은 당분간은 감독으로 다시 활동할 생각은 없고 배우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도전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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