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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movie

올빼미, 보이는구나?

by 머니무브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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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은 준비된 연극이었다
  • 역사적 사실에 주맹증 하나 섞은 픽션

모든 것은 준비된 연극이었다

궁내 침술사를 선발하기 위해 왕실 어의인 이형익(배우 최무성)이 직접 도성 밖을 나왔다. 그 선발의 기준은 발(커튼) 뒤에서 손목에 실을 매달아 이를 통해서 진맥을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몇 십 명의 의원 후보들을 시험했지만 모두 기준 미달은 물론 제대로 된 진맥조차 하지 못해 실망하며 돌아가려 한다. 그때 시험을 보지도 않고 밖을 나온 환자의 발소리와 숨소리로 풍에 걸린 것을 알아차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천경수 (배우 류준열)이 주인공이다. 알고 보니 그는 소경(시각장애인)으로 이형익의 질문에 소신 있고 강단 있는 대답을 한다. 그렇게 시침을 할 기회를 주었더니 단, 3개의 침으로 풍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이런 성격과 실력은 궁내 침술사로 적격 하다 판단되어 내의관으로 입궐을 하게 된다. 처음 내의원에 들어온 날, 시력이 없으니 청력이 발달하여 소리로만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한약재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 그날 밤 입궐 첫날부터 당직을 서게 된 천경수는 한 나인(시녀)이 의청의 촛불을 하나씩 끄는 것을 지켜본다. 모든 촛불이 사라지니 소경이었던 그는 알고 보니 주맹증을 앓고 있었고 이는 올빼미처럼 어두운 환경에서만 앞이 보였다. 모두가 잠이든 밤 어두운 곳은 그에겐 너무나 밝은 환경이었기에 내의원의 모든 약재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며칠 뒤 청나라에 볼모로  가있던 소현세자(배우 김성철)가 8년 만에 돌아와 아버지인 왕 인조(배우 유해진)와 재회를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자간 재회의 기쁨도 잠시 청나라 황제가 등장한다. 그런데 직접 황제 본인이 온 것이 아닌 옷만 보내고 그 옷 앞에 인조는 물론 조선 신하들 모두를 무릎 꿇게 하고 세자에게 통역을 시켰다. 너무나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국력이 약한 조선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소현세자는 오랜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형익을 곁에 두고 치료하게 하였고 천경수는 보조를 하게 된다. 또다시 야간 당직을 하던 중 모두가 퇴근한 사이 소현세자의 기침이 심해져 천경수에게 치료를 요청한다. 소현세자에게 시침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소현세자가 침통을 옮겼는데 촛불이 꺼진 방에서 천경수는 자연스레 옮겨진 침통을 찾았고 이에 소경이 아님을 들통나게 된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처음으로 어두운 곳에서만 눈이 보이는 사실을 밝히게 되고 자연스레 서로의 비밀과 올곧은 성격을 알게 되어 소현세자와 천경수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병이 컸던 소현세자의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작스럽게 소현세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당직 중이던 천경수는 비밀통로를 통해 빠르게 소현세자의 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누군가 소현세자를 암살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놀란 천경수는 도망을 치다가 다리에 상처를 입었고 결국 사망을 한 소현세자로 인해 범인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8년 만에 재회한 아들을 허망하게 죽음으로 보낸 인조의 슬픔은 격노로 변질되어 범인을 색출할 것을 명하며  궁궐의 모든 사람들은 소집되게 된다. 과연 천경수는 어떻게 될까?

 

역사적 사실에 주맹증 하나를 섞은 픽션

 조선시대 삼전도의 굴욕, 병자호란을 겪은 8년 뒤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 인조실록 내의 소현세자 죽음에 대해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경 침술사라는 주인공과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 영화다. 단순한 소경, 맹인의 주제가 아닌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긴장감과 몰입감으로 어두운 밤을 묘사한 스릴러이다. 특히 연기 경력 25년 만에 처음으로 왕이라는 배역을 맡은 유해진은 그동안 코믹연기에 숨겨져 있던 진지한 연기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안태진 감독의 데뷔작인데 23년 기준 52세인 그는 연출부에서 20년 가까이 감독을 준비한 인물이다. 이런 그가 촬영 이틀 전까지 스태프와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나리오를 계속 고쳤고 100번 이상의 수정을 통해 영화가 완성되었다. 유해진은 과거 영화 왕의 남자의 촬영지와 올빼미의 촬영지가 같은 곳이라 밝혔는데 당시에는 광대 역으로 출연해 돌바닥에 엎드리는 연기를 했는데 지금은 왕이 되어 연기를 해보니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한다. 유해진이 연기한 인조의 캐릭터 해석은 배우 개인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맹인이 진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조선시대에 보지 못하는 천한 계급의 맹인 천경수가 본 것을 밑은 사람들이 생기고, 조선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왕인 인조가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잊지 않는 후반부의 전개는 시대적 상황의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킨다. 인물 간의 개연성과 감정선을 쌓기 위해 소현세자의 죽음인 중반부까지 극의 전개가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이는 후반부 천경수가 왜 소현세자와 그의 아들인 원손에 이렇게까지 감정을 이입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라 꼭 필요한 연출이라 생각된다. 다만 시대적 상황에서 주맹증인 천경수가 너무 제약도 없이 궁궐을 활보하는 것과 왕실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을 몇 번이나 일으키지만 죽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적인 부분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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